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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 라이프아카데미 전문가특강1: 인간과 역사(정수복 작가)
날짜: 2022-01-14  |  조회수: 397

2021년의 두번째 학기가 찾아왔습니다.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리는 가을과 함께 시작한 이번 라이프아카데미2의 첫 강연은 책을 사랑하시기로 유명한 정수복 작가님과 함께 했습니다.

독서를 통해 학생들의 교양 함양을 이끌고 있는 연세 라이프아카데미2의 취지와 가장 적합한 강사님과 강연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이번 강연을 돌아보기 전에, 정수복 작가님과 강연에 활용된 작가님의 저서를 우선 소개하고자 합니다.

 

 

정수복 작가님은요

정수복 작가님께서는 작가이자 사회학자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학사 졸업하시고 동대 대학원 사회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EHESS에서 사회학 박사까지 취득하신 뒤 그곳에서 객원 교수로 지내셨습니다.

선생님의 대표 저서 중 인문학 저서로는 <책인시공>(2013), <책에게 던지는 7가지 질문>(2013), <파리의 장소들>(2010)이 있습니다.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책인시공.

독자의 권리를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독자 권리 장전」은 '신성불가침한 독자의 권리'를 '천명'하는 글입니다.

몇 줄을 빌려오자면, 

1. 책을 읽을 권리

2. 책을 읽지 않을 권리

...

5.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권리

6.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

9. 많은 사람이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

14. 소리내서 읽을 권리

...

등 재밌는 권리들이 여럿 있습니다.

독자의 권리라고 하면서 읽지 않을 권리라니?

책은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읽는다고 할 수 있는거 아니야?

이처럼 수많은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이 재밌고 놀라운 규칙들이 수록된 책이 이번 수업의 참고도서인 <책인시공>(2013)이었습니다.

<책인시공>은 말 그대로,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을 담아낸 책입니다. 독서의 시간과 공간이라고 하니 많이 생소하실 것 같은데요, 여러분께서는 책을 언제, 어디서 읽나요? 대개 그 장소와 시간을 기억은 하지만 늘 의식하고 살아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책인시공>은 정수복 작가님의 경험에 기반하여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독서의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자세하게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독자 권리 장전」은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이 처음 고안하여, 정수복 작가님께서 직접 이를 보완해 책에 수록하였습니다.

독자들이 책을 새로이 바라보았으면 하는 정 작가님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독서의 계절 가을, 그리고 독서의 강의 라이프 아카데미의 시작을 알리는 데에 독서의 시간과 공간이 가장 적합한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이제 뜨거웠던 라이프 아카데미의 첫 강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1. 준비의 시간,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나요? 20대에 해야 할 일 3가지

정수복 작가님께서는 20대 초반, 올바른 사회인이 되기까지 능동적인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시며, 그 시기에 가장 중요한 세 가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① 새로운 공간, 새로운 경험. "여행"

작가님께서는 우선 여행을 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익숙한 장소에서 머물기 보다는 가보지 못한 새로운 장소를 직접 걸어보는 것.

이 걸음의 감각은 단순히 그 자체로 남지 않고 걷고 있는 장소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새로운 경험을 창출해냅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느끼는 것, 더 좁게는 서울 사람, 부산 사람, 광주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장소에서의 체험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공간과 경험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니, 작가님의 말씀에 더욱 공감이 되었습니다.

 

② 한 권에 담긴 또다른 세상. "독서"

두번째로 정 작가님께서 추천하신 일은 바로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꼭 만나고 싶은 역사 속의 위인이 있나요?

아니면 만나기 힘들 정도로 유명한 사람은요?

아마도, 그런 사람들까지 만나게 해줄 유일한 창구가 바로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플라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궁금하다면 그의 저서를 찾아보면 될 것이고,

워렌 버핏과 같은 유명 투자가의 안목을 배우고자 한다면 그가 쓴 책을 찾아 읽어보면 되겠죠.

게다가, 책은 그 책의 저자, 혹은 책 속의 등장인물을 간접적으로 만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세상도 간접 체험하게 해줍니다.

또한, 책의 시간과 공간은 단순히 과거에 그치지 않고 공상과학 소설 속의 미래 도시나 판타지 소설의 마법 학교까지 확장됩니다.

작가님의 말씀을 그대로 빌리자면, "내가 직접 체험해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함으로써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살아갈 지향점을 승화시키는 기회"가 바로 독서입니다.

 

③ 새로운 공간, 새로운 경험. "사랑"

마지막으로 정수복 작가님께서 전하신 것은 사랑입니다.

사람 사이 단순 교제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헌신의 욕망, 그리고 그 헌신.

우리는 살아가며 목적이 되는 관계보다는 수단이 되는 관계를 비교적 더 많이 맺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노인이 되어도 우리 곁에 있어줄 진정한 친구, 연인이나 배우자, 동료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그러한 사람이 많든 적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목적이 되어주는 사람을 만나 깊은 관계를 맺는 경우는 그 반대의 경우보다 희소할 것입니다.

자아의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체험으로써, 작가님께서는 젊은 날의 사랑을 강조하셨습니다.

 

정작가님의 말씀을 종합해 보자면 공통적으로 새로운 체험을 강조하고 계신다는 것은 명확한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갓 어른이 되어 사회로 진출을 앞둔 우리는 앞으로의 80년을 걸어가야 할 중요한 시작점에 서있습니다.

새로운 경험들과 그것을 통한 깨달음은 인생의 지향점을 마련해 줍니다.

어떤 일을 할 것인지도 무척 중요하지만 그와 별개로, 인생의 지향점과 방향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끝으로 교수님께서는, 모범생과 날라리의 예를 들며 생존과 관련된 현실적인 삶과 개성있고 특출난 나만의 이성적인 삶, 그 사이에서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 "책 읽는 사람의 얼굴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책을 들여다 보고 있는 얼굴이 두 배로 환하다.

시인 정현종

<책인시공>의 마지막 부분 '책이 사라진 도서관'에도 실린 문장으로 연세대학교 선배이자 교수였던 정현종 시인의 글귀입니다. 작가님께서는 반복적으로 책 읽는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을 묘사하시고 예찬하셨습니다. 지하철, 서점, 집,... 어디에서든 책을 보고 있는 사람의 얼굴은 정말 아름답다고 말이죠. 이처럼 우리를 보다 환하게, 또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책은, 작가님의 말씀처럼 '인생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읽고픈 책들을 모아 집에 서가나 책장을 만들어 책을 늘 가까이하는 것. 당장은 읽을 수 없지만 진정 읽고 싶은 책들을 고이 모아 놓고 바라보는 것. 이런 실천을 통해서 우리는 보다 밝게 빛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내면의 힘

강연의 끝에서 정 작가님께서는 마지막으로 연세대학교의 선배로서 저희에게 진정 하고픈 말씀을 짧게 해주셨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마주치면 어떤 마음이 생기나요? 반대로, 보다 모자란 사람을 마주친다면요?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경쟁하고 서로 견주어 보면서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끼며 비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수복 작가님은 이런 상황을 두고 '껍데기'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내면의 힘을 키우는데 힘써야한다고 하셨습니다. 학벌처럼 서열화된 외부 요소에 얽매이기보다, 우리 스스로의 내면을 갈고 닦아 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작가님의 진심 어린 조언을 통해 연세대학교 후배들을 향한 작가님의 애정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과 함께한 즉문즉답

강연이 끝나고 수강생들은 정수복 작가님과 실시간으로 즉문즉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발했던 즉문즉답 시간에서 학우들의 책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 시간 동안 작가님께서 받으신 질문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Q1. 이전과는 달리 요새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은 단순 오락물을 넘어 각자의 삶의 경험을 공유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컨텐츠들까지 포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유튜브 시청이 독서보다 무조건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유튜브가 독서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수복 작가님: 유튜브 시청과 독서는 병행되어야 한다. 둘은 서로 배치될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되는 것이 좋다. 한 가지 현상을 바라볼 때도, 현상의 여러 요소나 원인에 대해 분석해 봐야한다. 독서도 그러하다. 한 책, 한 내용을 읽을 때에도 역사, 과학, 종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시각에서 접근해 볼 수 있는 것이다.

 

Q2. 새로운 책을 고를 때 자신만의 기준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좋은 책, 나쁜 책은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판단하는 것인데 좋은 책임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수복 작가님: 내면의 호기심을 따르라. 하다못해 음식의 종류에 있어서도, 우리의 몸이 원하고 먹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원하게 되는 법이다. 사람을 만날 때도 그러하다. 관심을 끄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어지고 나아가 사귀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책도 내면의 호기심, 관심이 있어야 나에게 맞는 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그 호기심과 관심을 탐구심으로 연결시킬 줄도 알아야한다. 학자들이나 한 분야에 깊이 몸 담은 사람들은 그 탐구심을 인내심과 지구력으로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하지만 우선적으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그간 학교에서 공부만 하다가 시들었던 내면의 호기심들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만약 여러분들이 관심이 가는 책이 생긴다면, 독자 권리 장전에 기재되어 있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좋다. 반대로, 마음이 가고 한 번 다 읽어도 또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다시 읽어도 좋다. 만약 여러분이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그 책을 다시 읽고 있다면, 그 책이 여러분의 인생책이 될 것이다. 그런 인생책이 하나라도 있다면, 이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자기 자신의 주관, 생각, 길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탐구심, 지구력과 인내심에 달려있다!

 

Q3. 평소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으시나요?! (책을 읽고 나서 독서 노트를 쓰거나, 중간중간 인상 깊은 구절을 표시한다든지 등)

정수복 작가님: 주로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면서 읽는다. 도서관 책처럼 책에 바로 메모하기 힘든 경우나 따로 메모해야 하는 경우, 독서 노트를 따로 들고 다니며 적는다. 15년 전부터 시작한 일인데 지금은 어느덧 300권이 넘어간다.

메모는 하면 할수록 좋다. 동그라미, 세모, 글씨 무엇이든! 나중에 읽으면서 느끼고 생각한 바를 되새길 수 있게 말이다.

프랑스 철학가 미셸 푸코 사후에, 그의 서재의 모든 책과 메모들을 미국 예일 대학교가 사가려고 한 일이 있었다. 이에 반발한 프랑스인들이 서명운동에 벌이며 반발한 끝에, 프랑스 국립 중앙 도서관이 푸코의 모든 책을 구매해 보관하게 되었다. 예일대는 푸코가 선물받은 다른 작가들의 책만 가져갈 수 있었다. 프랑스 국립 중앙 도서관에 보관된 푸코의 수많은 서적과 메모들은 이후 푸코를 연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여러분이 푸코처럼 대단한 철학자가 아니어도, 지금의 메모를 50년 후에 읽게 된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나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한다고 생각한다.

 

 

정수복 작가님과의 만남을 끝맺으며...

어느덧, 작가님과의 만남을 마쳐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특강이 끝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정수복 작가님의 세련되고 동시에 연륜있는 이야기에

학우 여러분들 모두 귀기울이며 특강에 열심히 참여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번 특강을 통해, 작가님께서 참 좋은 말씀을 많이 전해주신 것 같습니다.

여행, 독서, 사랑을 비롯한 새로운 경험들을 통한 성장,

내면의 호기심을 듣는 것, 생각을 메모로 정리하는 일...

그 모든 말씀은 모두 하나로 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내면을 갈고 닦는 것.

그것이 작가님께서 우리 연세대학교 학우 여러분에게 진정 전하고픈 말씀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근 1시간 30분 동안 특강을 진행해 주신 정수복 작가님,

그리고 <라이프 아카데미> 수업을 맡으신 모든 교수님들과 RA님들,

모두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인시공>의 한 문장으로

연세 라이프아카데미 첫 특강,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의 탐방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책의 바다를 마음대로 헤엄치고 다니는 물고기가 되면 뭍의 일들은 다 잊어버리게 된다.

정수복, <책인시공>, 263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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